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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정소설 이야기

중국 언정소설 초심자를 위한 필수 용어 사전

by 초록의한숨 2025. 12. 30.

화려한 표지와 흥미로운 줄거리에 끌려 중국 언정소설을 읽기 시작했지만, 생소한 호칭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적녀와 서녀의 신분 차이, 정실과 첩실의 알력 다툼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 언정소설의 핵심 재미인 '암투'를 온전히 즐길 수 없습니다. 복잡한 가계도와 서열을 한눈에 파악하고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도록, 입문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용어와 개념을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갈등의 화약고인 정실과 첩실의 위계 질서

중국 언정소설, 특히 고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 모든 갈등의 시발점은 바로 '일부다처제(정확히는 처첩제)'에서 비롯됩니다. 이 위계질서를 이해하는 것이 독서의 첫걸음입니다.


* 정실(正室): 집안의 유일한 안주인입니다. 흔히 '적모'라고 불리며 가문의 안살림 권한(중궤)을 쥡니다. 남편과 대등한 위치에서 예우를 받으며, 정실의 자녀만이 가문의 정통 후계자가 됩니다.
* 첩실(妾室): 정실 이외의 부인들을 말합니다. '이낭(이냥)'이라는 호칭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아무리 남편의 총애를 받아도 신분상으로는 '반 주인, 반 노비' 취급을 받기도 하며, 정실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고 시중을 들어야 하는 위치입니다.
* 평처: 정실과 첩실 사이의 애매한 위치로, 정실과 동등한 대우를 약속받고 들어온 부인을 뜻하지만, 엄밀히 말해 정실이 두 명일 수는 없으므로 결국은 첩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 속에서 첩실들이 끊임없이 계략을 꾸미는 이유는 바로 자신과 자녀의 신분 상승을 위해서이며, 정실은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이들을 견제합니다. 이것이 바로 '택투(집안 내 암투)'의 기본 골격입니다.

타고난 신분의 격차인 적녀와 서녀의 구분

중국 언정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적서 차별'입니다. 같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어도 어머니가 누구냐에 따라 인생의 난이도가 천지 차이로 갈립니다.


* 적녀(嫡女): 정실부인이 낳은 딸을 의미합니다. 집안의 가장 존귀한 아가씨(소저) 대접을 받으며, 좋은 가문으로 시집갈 때도 정실부인(정비) 자리를 보장받습니다. 소설의 여주인공이 적녀인 경우, 억울하게 핍박받다가 자리를 되찾는 내용이 많습니다.
* 서녀(庶女): 첩실(이낭)이 낳은 딸입니다. 아가씨 대우는 받지만, 적녀에 비해 의식주나 대우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결혼 시장에서도 정실 자리는 힘들고, 첩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녀공략'이나 '녹비홍수' 같은 작품은 서녀가 온갖 역경을 딛고 정실부인이 되는 과정을 그려내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적자(嫡子)와 서자(庶子): 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문의 작위와 재산은 오직 적자만이 온전히 물려받을 수 있으며, 서자는 과거 급제 등을 통해 스스로 관직에 오르지 않는 이상 집안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소설 속 빈출 호칭과 가족 관계 용어

번역본을 읽다 보면 한국식으로 의역되지 않고 중국어 발음 그대로 표기된 호칭들이 등장하여 독자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중국 언정소설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필수 호칭을 정리합니다.


* 노야(老爷): 집안의 가장, 즉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 태부인/노마님: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할머니를 뜻합니다. 가문 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하는 '비빌 언덕'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부인(타이타이): 정실부인을 칭합니다.
* 이낭(이냥): 앞서 언급한 첩실을 부르는 호칭입니다.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이낭'이라 불러야 하는 서녀들의 설움이 담긴 호칭이기도 합니다.
* 고낭(구냥): 결혼하지 않은 젊은 아가씨를 부르는 말입니다. 첫째 아가씨는 대고낭, 둘째는 이고낭 식으로 서열을 붙여 부릅니다.
* 공자: 양반가문의 아들을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황실 및 귀족 가문의 혼인 관련 체계

중국 언정소설의 남주인공은 황족이나 고위 귀족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아내를 칭하는 용어 또한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여주인공의 최종 목표가 되는 지위들이기도 합니다.


* 정비(정빈): 황자나 왕의 정실부인입니다. 오직 한 명만 존재하며 황족의 족보(옥첩)에 정식으로 이름이 올라갑니다.
* 측비: 황자나 왕의 첩실 중 가장 높은 지위입니다. 보통 두 명까지 둘 수 있으며, 정비 다음가는 권력을 가집니다.
* 시첩/통방: 측비보다 낮은 단계의 첩으로, 신분이 미천하거나 시녀 출신이 승은을 입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계실: 정실부인이 사망한 후, 새롭게 정식 아내로 맞아들인 부인을 뜻합니다. 계실이 낳은 자식 또한 적자/적녀 대우를 받지만, 전처소생(원배 소생)과는 묘한 갈등 관계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장르의 재미를 더하는 암투 관련 은어

단순한 신분 용어 외에도 중국 언정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혹은 소설 내 상황을 설명하는 고유한 개념들이 있습니다.


* 택투(宅鬪): 집 택(宅)에 싸울 투(鬪)를 씁니다. 집안 내부, 즉 규방에서 여자들끼리 벌이는 암투를 뜻합니다. 독살, 모함, 유산 유도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 특징입니다.
* 궁투(宮鬪): 무대를 황궁으로 옮겨, 후궁들이 황제의 총애를 얻고 황후가 되기 위해 벌이는 암투입니다. 스케일이 훨씬 크고 목숨이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중궤(中匱): 집안의 곳간 열쇠, 즉 가문의 재정 관리와 인사권을 포함한 살림 권한을 뜻합니다. 이 중궤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택투물의 핵심 쟁점입니다. 첩실이 남편을 홀려 중궤를 차지하려 하고, 정실이나 적녀가 이를 방어하는 것이 주된 플롯입니다.
* 침당/침항: 물에 빠뜨려 죽이는 사형 방식입니다. 주로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간통 등) 여인을 처벌할 때 언급되는 무시무시한 단어입니다.

 

문화적 배경 이해를 통한 작품의 심층적 감상

지금까지 중국 언정소설을 읽을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핵심 용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복잡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이 용어들 속에 담긴 당시의 사회상과 여성들의 처지를 이해하면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적녀가 느끼는 가문의 무게감, 서녀가 느끼는 생존의 절박함은 바로 이러한 신분 제도의 틀 안에서 형성된 감정입니다. 오늘 정리해 드린 용어 사전을 참고하여,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뒤에 숨겨진 치열한 수 싸움과 감정선을 더욱 깊이 있게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이제 막 입문하신 여러분도 어느새 밤을 새워 다음 화를 결제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